잡설이 들어간 위 수면 내시경과 복부 초음파 리얼 후기.
오래 전부터 소화불량으로 위가 불편했는데 최근 들어선 그 증상이 심해져서 결국 지난 주 내과를 찾아갔다.
소화불량에 식욕감퇴, 거기다 지난달 공단 건강검진에서 빈혈이 꽤 심각하다는 사실도 알게되었고 여기에 체중 감소까지 겹쳐서
총체적 난국이었는데 가족력으로 위암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에 병원 방문 전 위암을 의심했던 터라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갔다.
위암의 전형적인 전조 증상이 소화불량+빈혈+체중 감소라고 한다. 게다가 국내에서 가장 흔한(?) 암 1위가 위암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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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병원 문 열자마자 찾아가서 예약하고 온 건 아니지만 당일 내로 위 내시경 가능하냐고 물어봤는데
정말 다행히도 가능하다고 해서 의사와 상담 후 위 내시경을 할 수 있었다.
의사와 면담을 할 때 다짜고짜 "저 위암인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구구절절 사태를 설명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왠 젊은놈이 이른 아침부터 위암이라고 울상이 되어선 한탄하는게 좀 웃겼을지도.
위 내시경(수면)
위 내시경은 비수면 내시경과 수면 내시경이 있는데 아무래도 내시경 자체가 처음이다보니 수면으로 하기로 했다.
비수경 내시경은 수면 내시경보다 조금 더 싸다. 병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수면은 7-8만원, 비수면은 5-6만원 정도?
위 내시경 검사 전에는 12시간 금식해야하고 밤 12시 이후로는 물도 마시면 안된다고.
나는 위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식욕이 뚝 떨어져서 전날 오후 4시 이후로 계속 공복상태였다.
개인 병원이지만 조금 큰 곳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실도 넓직하고 간호사도 10명은 넘게 있었다.
병원도 내시경 전문 병원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적어놓은데다 다들 내시경의 달인같은 느낌이어서 안심이되었달까.
검사실로 들어가기 전 수면 내시경 약물 투여와 이상이 발견될 경우 추가로 조직 검사를 하는데
동의하겠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한 뒤 탈의실에 겉옷과 짐을 맡겨두고 간호사를 따라 갔다.
검사대에 눕기 전 웬 시럽을 쭉 마시는데 어렸을 때 먹었던 시럽형 감기약 맛이었다.
또, 검사를 하려면 입으로 삽관을 해야하는데 이게 아플 수도 있는지 입 안,
정확히는 목으로 이어지는 입의 뒷 부분을 살짝 마취시키는 약을 입안에 두 번 분사해주더라.
여튼 시럽을 드링킹 하고 나면 검사대에 눕는데 똑바로 눕는게 아니라 왼쪽으로 돌아서 눕는다.
그리고 삽관을 위해 입에 마개(?)같은 것을 물려주는데 크게 불편하진 않다.
수면 내시경이다보니 오른손에 약물 투여를 위한 바늘을 꽂는데 생각보다 굵직했다.
검사 후 바늘 빼고 난 자리에 멍이 들었는데 내 피부가 많이 약한 모양이다.
수면 내시경 후기를 보면 약물 투여하고 금방 정신을 잃었다고들 하는데 얼마나 금방일지 궁금했었다.
나는 얼마나 정신을 금방 놓을지(!) 궁금해하던차에 주사 바늘 꽂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검사를 위해 검사대 앞에 앉았고 거기서부터는 기억이 없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바늘 꽂고 1-2분정도 지났을까? 눈앞이 잠깐 흐릿하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후기를 보면 의식을 잃은 동안 30분 이상, 많게는 3시간까지도 꿀잠잤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원체 예민한 탓인지 검사 끝나고나서 거의 바로 깼다.
시계를 보니 검사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듯 했고 나도 검사 끝나고 5-10분 정도 만에 의식이 돌아왔다.
검사 하는 동안에도 의식이 완전히 없었던 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머릿속에서 천둥번개가 울리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
아마 삽관으로 의사가 내 몸 속을 이리저리 휘젓는(..) 몸 내부의 소리가 들린게 아닌가 싶다.
검사 후에 혼자서 잘 걸어나왔는데 딱히 약물로 인한 어지러움은 없었고 입과 목 뒤쪽에 살짝의 불쾌감?이 있는 정도.
물론 금방 괜찮아 졌지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검사 직후 바로 알 수 있었는데 위염 증상이 살짝 보이는 것 말고는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가족력으로 위암이 있다보니 추가로 조직 검사도 했다고 하며 검사 결과는 다음주에 나온다고 하더라.
공단 건강검진 결과로는 빈혈도 있기 때문에 혈액 검사도 받았는데 무슨 피를 3통이나 뽑아가더라.
빈혈 환자에게서 피를 이렇게 뽑아도 되는 거냐아-
수면 내시경 주사 바늘은 오른쪽 손등 혈액 검사 바늘은 왼쪽 팔뚝에 꽂았는데 두 곳 다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어흑
위 수면 내시경+조직 검사+혈액 검사 진료 비용은 총 142,600원이 나왔다. ▼
병원비... 비싸구나......
조직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는 며칠이 소요되기에 다음주에 병원을 방문하기로 하고 위장약을 처방 받아서 집으로 돌아갔다.
무슨 약을 일주일치나 처방 받았는데 그나마 약값은 생각보다 안비싸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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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다음주.
조직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재방문 했다.
육안으로 보기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혹시 추가적인 문제가 있을까봐 내심 걱정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다행히도 검사 결과 큰 문제는 없었으며 혈액 검사에서는 아니나다를까 혈색소? 수치가 상당히 낮은 빈혈이라고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건강검진 할 때마다 빈혈이라고 판정을 받긴했는데 요사이 더 심해졌나보다.
처방받은 위장약을 먹어도 소화불량이 크게 개선되진 않았다고 했더니 복부 초음파도 한 번 해보자고 해서
그 다음날 오전에 복부 초음파 검사 예약을 잡고 추가로 위장약과 빈혈 치료를 위한 철분제를 처방받았다.
파란 통에 든 게 철분제다. 하루에 2알 씩 60정으로 한 달 분을 처방받았다.
나머지는 일주일 전에 처방받았던 위장약과 동일. 한 달치 약값이라 그렇지만 거의 2만원치 흑흑
철분제는 아무래도 철 성분이라 그런지 붉은색이었다.
빈혈은 6개월 이상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 좋아진다고 하는데 소화불량이나 두통, 변비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 한 달 간 경과를 지켜보고 이상이 없을 경우 추가로 약을 더 처방해주겠다고 했다.
복부 초음파
그 다음날 바로 복부 초음파를 받으러 병원에 다시 갔다.
초음파 검사는 아주 어렸을 때 엄마 따라 산부인과 가서 엄마 뱃속에 든 동생을 봤던게 다였는데
그 초음파 검사를 내가 받게 되다니... 물론 산부인과 초음파가 아니라 내과 초음파지만.
검사하는 곳은 굉장히 어두웠는데 초음파는 원래 그런곳에 검사하는 건가 싶었다.
여튼 검사대에 배를 훌렁 까고 바로 누으면 검사자가 배에 젤을 바르고 기계로 문질문질하면서 초음파로 뱃속을 들여다 보는 것.
바로 누워서만 검사를 받는게 아니라 왼쪽, 오른쪽 옆으로 돌아눕기도 해야한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 뱃속을 탐색(?) 당하는 기분이란.
보통 10-15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나는 20분 정도 검사 받았다.
검사 도중에 가족 중에 간이 안좋은 사람이 있는지 질문을 받았는데,
아니 나는 위가 불편해서 초음파 검사까지 받고 있는데 갑자기 간이라니... 간때문이야~ 간때문이야~
검사 막바지에는 직접 내과의가 와서 전체적으로 검사를 한 뒤 검사를 마쳤다.
검사 결과는 바로 알려줘서 끝나자마자 상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검사 결과는 모두 정상.
간에서 혈관종?이었나 하는 작은 점이 발견되긴 했는데 살아가는데 큰 지장은 없다며 그대로 둬도 된다고 했다. 으음?
복부 초음파 비용 진료 비용은 53,700원이 나왔다. ▼
이게 의료보험이 적용된 금액이라고 하는데 보험 적용이 안됐던 예전에는 10만원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아웅 비싸...
위 내시경과 조직 검사 결과도 정상. 혈액 검사도 빈혈이 있는 것 빼고는 정상. 복부 초음파도 정상.
소화 불량과 식욕 감퇴의 원인은 명확히 찾지 못한 채 20만원을 들여 정상이라는 결과만 알게 되었다.
물론 건강하다니 기쁘긴 하다만.
소화 불량은 그저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인가보다.
현대인의 만성 질병 소화불량... 크흑
여튼 건강이 최고다.
아프면 이도저도 다 소용없는 일이니 다들 건강 잘 챙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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