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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HAPPY 추석

by Jaicy 2020. 10. 2.

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사실 코로나가 퍼질 것을 우려하여 고향에 가지말라는 계속되는 정부의 재난문자와...

주변에서도 이번 추석은 각자 집에서 조용히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내려갈 생각을 접었지만,

이시국에 기껏 어렵게 구한 기차표를 반환해버리는 것도 그렇고

그래도 명절인데 고향집에 덩그러니 계실 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뭉클해서

기차 출발 한 시간 전까지도 고민하다가 결국 부랴부랴 짐을 싸서 급하게 기차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왔다.


그런데 막상 고향에 내려가고보니 다들 코로나다 뭐다 하면서도 꾸역꾸역 고향을 찾는 사람이 많긴 하더라.


.


기차의 경우 코로나 여파로 입석은 예매 불가, 좌석도 창가 쪽만 예매 가능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에

항상 설국열차급 인산인해를 이루던 명절 열차가 무지막지하게 쾌적했다. 


굉장히 한산했던 기차 안. 찍을 건 셀카 뿐이고-


고향에 내려갈 때는 무궁화호, 다시 서울로 올라올 때는 새마을 호를 타고 올라왔는데,

KTX에서는 서울→부산행을 탔던 승객 중 확진자가 나왔다는 기사가 떴더라ㄷㄷ


.


서울에서 출발 때는 낮이었는데 고향에 도착하니 저녁. 아버지가 역에 마중나와 계셨다.

기쁜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간만에 팔짱끼고 집으로 같이 돌아갔다 히히

고향까지 장장 3시간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피곤하고 지루하지만 가족들 얼굴보면 또 기쁘고... 이 맛에 고향을 찾는거지.


집에 도착하니 코로나 때문에 추석에는 고향에 못 갈것 같다던 동생들도 다 와 있었다ㅋㅋㅋ

역시 다들 막상 추석이 닥치니 같은 생각이었던게 아닐까.


그렇게 오랜만에 가족끼리 오순도순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음날 아침 성묘를 하러갔다. 



성묘 일찍 하는 사람들은 새벽에도 오고 보통 9-10시쯤이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릴 시간이라 12시쯤 갔는데도 어째 사람이 더 많았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다한들 예전만큼 북적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챙길 건 챙기는구나 싶었다. 



간단하게 성묘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자주 찾는 묵집에 들렸다. 시원한 동동주도 한 사발씩 들고~


타지 사람이 와서 맛집 투어를 시켜 달라고하면 맛집 리스트 상위권에 위치시킬 정도로 정말 맛있는 집이다.

특히 메밀묵밥 맛이 진짜 끝내준다. 포스팅을 하면서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도 또 먹고 싶을 정도로...


주인 할머니가 모든 부두와 묵을 직접 담그는 집인데 직접 담근 촌두부와 양념간장 맛도 기가 막힌다.


동동주도 직접 담근거라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쌀이 동동 떠다니더라. 처음 먹어봤는데 달달하니 톡 쏘는 맛이 일품이었다.

다만 마셔본 결과 도수가 꽤 높은 듯하니 양 조절은 잘 해야할듯. 맛있다고 계속 퍼 마시다가 훅 갈지도.


가게 앞에는 예전에는 못보던 아기 고양이가 쭈그려 앉아서 울고 있길래 귀여워서 찍어봤다.

가게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아닌 것 같고 사람 손을 타지 않는 것으로 보아하니 길고양이인 듯.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뒷걸음질 치길래 만져보진 못했다.



식사 후에는 명절때 가끔 들르던 암자에 오랜만에 들렀다.

고향이 산으로 둘러쌓인 지형이라 그런지 산 속 곳곳 암자가 많다.

전국에서도 규모로 따지면 제일 큰 절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절인 직지사도 있고.


첩첩 산중에 위치한(해발 800m) 암자에 도착해 목탁소리와 불경소리를 듣고 있자니 심신에 평안이.

참고로 이 곳은 삼성암이라는 곳이다.


조경물이 예뻐서 찍어봤다. 절이나 암자에 가면 이런 조경물 하나쯤은 다 있더라.


암자에서 만난 댕댕이들 ▼

암자에서 불경을 들으며 스님들이랑 생활하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굉장히 온순했다.

특히 오른쪽 녀석은 모르는 사람이 쓰다듬어도 가만히 몸을 내어줄 정도로 순했다.


모든 것을 해탈한 듯한 저 눈을 보라...


작은 암자라 금새 한 바퀴 둘러보고 다시 내려가려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리를 비우셨던 스님이

들어와서 차 한 잔 하고 가라며 부르길래 스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절이나 암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끔 이렇게 스님들이 신자가 아님 방문객들에게도 직접 차를 내어주시는 곳이 더러 있는데,

조금은 부담이 되긴 하지만서도 또 스님이랑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뭐랄까... 기묘한 기분.


예전에도 이 암자의 주지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나서 여동생이 염주를 받아간 적이 있는데,

여동생이 저번의 것은 다 헤져서 새로 받고 싶다고 넌지시 말을 건네니 이번에는 가족 전체에게 하나씩 나눠주셨다.


이 염주는 스님들이 직접 한 알 한 알 꿰서 만드는 것이라고.

내 손목이 워낙 가늘다보니 딱 맞는 것을 찾느라 꽤 이것저것 많이 꼈다뺐다를 반복해서 무언가 미안했던; 


그렇게, 잠깐의 담소를 나누고 산을 내려왔다.


처마 밑의 종 소리가 은은하게 아름다웠던 곳.


.


가족들 얼굴도 보고 성묘도 했으니 슬슬 다시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마치고...

역에서 아버지와 아쉬움의 포옹(?)을 나눈 뒤(나만 아쉬웠던 것 같다)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다음에 또 고향을 찾을 때는 한겨울이겠구나.



서울 가는 기차를 타고 조금 지나서 아버지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고향 집에 잠옷을 두고 갔다더라ㅋㅋㅋ

추석 연휴가 끝나면 택배로 부쳐주겠다고 하셨다. 이런 정신머리 하고는...



이 포스팅을 보고 있을 모두, 남은 추석 연휴 잘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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