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었던 어제, 정장을 쫙 빼입었다.
그 이유인 즉슨,
아부지와 함께 :)
졸업식이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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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수료는 몇 년 전에 진작 끝냈는데 졸업 요건 중 하나인 어학 점수 제출을 커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올해 초에 제출했더니...
사실 올해 2월자로 졸업은 했으나 그놈의 코로나 덕분에 졸업식 자체가 8월로 연기되어서 한여름에 졸업을 하게 됐다.
원래 학위복을 대여해서 학사모까지 쓰고 '나 졸업해요'포스 뿜뿜 거리며 졸업하려 했는데
또 그놈의 코로나 덕분에 학위복 대여도 전면 취소 돼버렸다.
학위증을 품에 들고 하늘높이 학사모 던지는 사진... 정말 찍고 싶었는데ㅜㅜ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밀집되는걸 방지하고자 졸업식을 하루에 끝내는게 아니라 일주일동안(..) 진행해버려서
졸업식 인원이 분산되어 졸업식이 졸업식 같지 않은... 굉장히 한산했다.
몇 년 전 친구들 졸업식 갔을 때만해도 몇백은 훨씬 넘는 인원들이 학위복입고 북적이고,
꽃다발 장수들과 사진사들로 정신없는 풍경이었는데 정말... 그 때가 그립다.
지방에서 올라오신 아버지, 언니 졸업식이라고 쉬는 날 발걸음 해준 여동생.
같이 졸업하는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타이밍이 엇나서 서로 만나진 못했기에 혼자서 쓸쓸히 졸업하나 싶었는데 가족들이 축하해주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한산한 졸업식이었지만
그래도 나처럼 가족 단위로 축하해주러 온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어서 나름 졸업식이긴 하구나 싶긴 했다.
근 4년을 함께했던 건물 앞에서 독사진도 한 장 찍었다.
구두를 신을까 하다가 날이 너무 더워서 맨발에 샌들 신고 갔는데 지금보니 미스매치였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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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졸업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제 2년 뒤에 있을 남동생 졸업식이 아닌 이상 더 이상 딱히 찾을 일 없는 곳일거라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미묘해졌다.
시원섭섭한 기분.
까짓 학위증을 타기까지 울고웃고 정신없었던 시간들...
정말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간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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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이라고 아버지가 사주신 꽃다발은 집에 와서 맥주잔유리컵에 꽂아뒀다.
꽃다발 선물은... 내 기억으론 아마 초등학교 졸업식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은데...
어차피 금방 시들고 쓰레기 밖에 더 되겠냐고 늘 생각은 하지만 막상 받고 보니 기분 좋은 것이 꽃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걸 보니 나도 여자이긴 한가보다 싶다.
짧지만 정신없고 그렇지만 행복했던 소박한 졸업식.
이제 다시 오지 않을 순간.
먼 미래에 이 포스팅을 보면서 추억에 젖을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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