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반역자 마지막 필드인 템페스트에 위치한 '아모로트'가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유토피아'를 읽어본 뒤 유토피아의 아모로트와 파판14의 아모토르의 관계에 대해 정리해봤다.
(+ 2021. 05. 11 추가)
포스팅 내용에 살을 더 붙여서 영상으로도 만들어 보았다.
이쪽이 더 이해하기 쉽고 재밌을지도?😏
유토피아(Utopia)
우선, '유토피아'는 1516년에 발행된 토마스 모어의 소설 제목이자 해당 소설에 등장하는 섬 나라의 이름이다.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Raphael Hythlodaeus)
소설 유토피아는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라는 가상의 인물이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서술되었다.
라파엘은 포르투갈 출신의 철학가이자 항해가로 독자에게 '유토피아'에 대해 안내해 주는 인물이다.
그의 성(姓)인 히슬로다에우스(Hythlodaeus)는 '무의미'를 뜻하는 'Hythlos'와 '분배하다'의 의미를 가진 'daio'가 합쳐진 단어이다.
즉, 그의 이름을 번역하자면 '터무니없는 생각을 말하는 사람(Speaker of nonsense)' 정도.
참고로 히슬로다에우스는 역자에 따라 히슬로디(Hythloday)로 번역되기도 한다.
이 라파엘이라는 인물이 파판14에서는 그의 성만 따와서 '히슬로다에우스(한국어판 명칭 휘틀로다이우스)'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게다가 모험가(플레이어)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데, 소설 유토피아에서 독자에게 유토피아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였듯
파판14에서는 모험가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한 어느정도 실마리와 안내를 해 주는 역할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마우로툼(Amaurotum)
소설 유토피아의 제 2부에서는 라파엘이 유토피아 섬에 대해 경제, 문화, 정치, 종교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예를들어 설명한 도시가 바로 수도 '아마우로툼(Amaurotum)'이다. 역자에 따라 아모로트(Amaurot)로 번역되기도 한다.
아마우로툼(Amaurotum)은 '흐릿한, 희미한, 어두운'이라는 뜻을 지닌 형용사 아마우로스(Amauros)가 어원이며
소설 속에서는 이상향인 유토피아의 수도인 만큼 '꿈의 도시'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이 섬에 총계 54개의 도시가 있는데, 모두 다 상당히 크고 구조가 썩 잘되어 있어요. 그 도시들 전체가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풍속·제도·기관들, 그리고 법률 등이 다 꼭 같습니다. 그 지방 지세가 허용되는 한, 시가지 구획도 꼭 같습니다. ··· (중략) ··· 해마다 한 차례씩 각 도시에서 가장 현명한 장로 세 명을 뽑아 아마우로툼으로 보내어 그 나라 전체의 공통되는 문제들을 상의케 합니다. 아마우로툼이 그 나라 수도인데 섬 중앙지대로 가장 편리한 곳입니다."
"이 나라 도시 하나만 알면 전체 도시들을 다 아는 폭이 됩니다. 지대 때문에 할 수 없이 약간 다르게 꾸미는 외에 어느 도시나 다 비슷비슷하니까요. 그런 만큼 아무 도시든 하나만 골라 묘사하면 내 목적은 달성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도시들이 장로를 뽑아내어 매년 한 번 회의를 열어 특수성이 인정되는 도시인 동시에 내가 5년 동안이나 줄곧 살아보아 잘 아는 아마우로툼을 묘사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유토피아는 총 54개의 도시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도시는 똑같이 생겼다.
각 도시마다 가장 현명한 사람 세 명을 뽑아 수도로 보내는데 그곳이 바로 아마우로툼이다.
라파엘은 아마우로툼에서 5년 간 살아본 적이 있다며 아마우로툼을 예로 들어 유토피아의 전반에 대해 설명한다.
파판14의 아모로트 또한 수도인데, 마카렌세스 광장에 있는 '말솜씨 좋은 아모로트 시민'에게 말을 걸면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소설 유토피아에서도 각 도시의 가장 현명한 사람들을 뽑아 보내는 곳이 아모로트인데 파판14의 아모로트도 비슷한 느낌이다.
토론을 좋아하며 학구열이 넘치는 사람들
아래는 유토피아의 공무원 제도에 대한 라파엘의 설명 일부분이다.
"왕과 더불어 국사를 토의하거나 혹은 국민 개인들 간의 분쟁(그리 흔치는 않지만) 을 토론하기 위해 트라니보루스들로 구성된 상원회의는 사흘에 한 번씩 정기회의 를 가지고 필요 시에는 언제나 임시회의를 엽니다. ··· (중략) ··· 깊은 연구 없이 조급한 의사표시 발언을 한 사람이 그 다음에 만일 자기 발언 을 취소한다든지 딴소리를 하게 되면 남들에게 조심성 없고 근시안적인 인간이라 는 비난을 받을까봐 겁이 나서 공중의 복리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터무니없는 고집 을 부리는 허세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오류를 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그들은 신속한 토의보다 더디더라도 현명한 토의를 하도록 조심하 는 것입니다." 1
공무원 제도에 대한 라파엘의 말을 들어보면 유토피아 사람들은 회의/토론/토의를 매우 중요시 여기며
발언을 함에 있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파판14의 고대인들 또한 토론을 매우 중요시 여기며 토론이 곧 일상인 듯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고대인의 이러한 토론 문화는 소설 유토피아에서 가져온 듯 하다.
이렇게 토론을 좋아하는 그들이기에 당연한 소리이겠지만 유토피아 사람들은 배움에 있어서 지칠 줄을 모른다고 한다.
아래는 소설의 '배움의 쾌락'부분에서 유토피아 사람들의 학구열에 대한 라파엘의 견해이다.
"지식탐구에 그들은 피로를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파판14의 고대인들 또한 학구열이 엄청난 사람들이다.
모두 같은 옷을 입는 그들
유토피아 사람들은 치장을 하거나 화려한 옷을 입는 것에 관심이 없다.
"그 다음 고려를 요하는 것은 의복 만드는 데 소용되는 노동력의 근소입니다. 그들 은 작업복으로 헐렁한 가죽 옷을 입는데, 한 벌 가지고 적어도 7년은 견딥니다. 외 출할 때에는 거친 작업복을 가리기 위한 겉옷을 입습니다. 전국을 통해 겉옷 빛깔 은 통일되어 있는데 그 빛깔은 모직물의 자연색 그대로입니다. ··· (중략) ··· 다른 나라 사람들은 대개 한 사람이 빛깔이 서로 다른 모직 코트 대 여섯 벌에 비단 겉옷 역시 대여섯 벌 가지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옷에 대한 취미가 좀 까다로운 사람은 열 벌을 가지고도 모자란다고 불평하는 데 반해 유토피아 인은 대개 일이 년만에 겉옷 한 벌 갈아입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요. 유토피아에서 는 옷을 많이 가지고 싶어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옷을 남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고 해서 추위가 덜할 것도 아니요, 옷을 자주 갈아입고 남보다 좋은 옷을 입는다고 무어 존대를 받는 것도 아니니까요."
남들보다 좋은 옷을 입는다고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거니와 옷이 많다고 해서 아무런 이득이 없기 때문에
1-2년에 겉옷 한 번 정도 갈아입는 것으로 만족한다고한다.
유토피아인들은 금, 은과 같은 보석과 비단 등의 고급 옷감으로 치장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교육받으며 자랐기 때문에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경멸한다.
(예를들면, 죄수를 귀금속으로 치장하는 것으로 보석으로 몸을 꾸미는 것은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치욕적인 것이라고 각인시킨다.)
아래는 유토피아인들의 옷차림을 잘 모르고 방문한 타국 대사의 이야기인데 유토피아인들이 얼마나 수수하게 입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나라에 한 번이라도 와본 일이 있는 이웃 나라 대사들은 유토피아 인들은 옷차림을 중하게 보지 않고, 비단옷은 경멸하며 금으로 만든 장식품을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을 수치로 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이전 와본 경험이 있는 나라 대사들은 될 수 있는 대로 허술한 옷차림을 하고 왔지요. 그러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유토피아 인들과의 접촉이 없었던 아네몰리우스 대사는 아마우로툼에 다다라 모든 국민이 다 꼭 같이 거친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유토피아 생산품은 그런 것 밖에 다른 건 없는 줄로 속단했어요."
특히 '모든 국민이 똑같은 거친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닌다'는 부분은 아모로트의 고대인들을 연상케하는데,
심지어 모험가(플레이어)에게도 아모로트에서는 통일된 로브를 입어야 한다며 로브를 만들어 오라는 퀘스트를 준다.
허가증
유토피아에서는 국내라도 여행을 할 때는 관리의 허가를 받고, 그를 증명해 줄 여행증명서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누구건 다른 도시 혹은 시골로 여행을 가려면 자기 동네 관리인 시포그란투스와 트라니보루스의 허가를 받아야 되지만, 그 당장 그 동네에서 그가 꼭 해야만 할 중 요한 일이 없으면 허가는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여행할 때는 반드시 고향으로 돌 아와야 하는 날짜가 분명히 적힌 여행증명서, 즉 왕이 발행한 편지체로 되어 있는 여행증명서를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합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고향 관리에게 보고하지 않고 여행을 하거나 타향에서 왕이 발 행한 여행증명서 없이 다니는 것이 발각되면 그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뿐 아니라 즉각 체포되어 고향으로 압송되어와 엄중한 처벌을 받습니다."
여행증명서 없이 여행을 하는 것이 발각되면 처벌을 받게되며 같은 실수를 번복할 경우 노예 신분으로 강등된다.
이 부분에서 생각난 것이, 아모로트에 처음 방문했을 때 '대의사당'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더니주민등록이 필요하다며
상부의 허가를 받아야된다는 민중 관리국과의 대화였다.
여태 파판14 세계를 여행하면서 처음 방문했던 아니건 특정 장소를 출입하기 위한 허가를 위해
복잡한 절차를 밟은 적이 없었는데 유독 아모토르는 방문하자마자 허가증 발급부터 받고 시작하는 부분이
유토피아의 여행증명서 발급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무상으로 이용가능
유토피아에서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가서 원하는 품목을 말하고 무상으로 가져가면 된다.
"각 가정에 서 생산하는 물건들은 모두 이 시장으로 날라다가 시장 안에 있는 창고 안에 저장 해 두는데, 물품 종목을 잘 분류하여 종목별로 간추려 보관합니다. 한 가족이 어떤 물건이고 소용될 때에는 호주가 이 시장에 나타나서 소용되는 물품을 골라 그냥 가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물건 값을 당장 낸다거나 외상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 니라 무상으로 거저 가져가는 것이지요. 누가 무슨 물건을 가져가든 거부당할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 무슨 물건이고 풍족치 않은 것이 없는 곳이라서 누구든지 자기가 소용되는 물건 외에는 가져갈 생각을 하리라고 겁낼 이유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해당 대목은 이데아 각출 담당 직원이 원하는 창조물을 이야기 하면 순순히 해당 창조물의 이데아를 꺼내주는 모습과 비슷하다.
아코라(Achora)
유토피아 동남쪽에 위치한 나라로 그리스어로 '없는 곳(Nolandia)'이라는 뜻이다.
아모로트의 북서쪽에 위치한 탑의 이름으로 쓰였다.
마카렌세스(Macarenses)
유토피아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나라. 그리스어로 '축복 받은 나라(Happiland)'라는 의미이다.
라파엘이 과거 탐험했던 나라로, 올바른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줄 때 예로 들었다.
아모로트의 에테라이트가 위치한 광장의 이름으로 쓰였다.
폴리레리타(Polyleritae)
라파엘이 죄인의 처벌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에 대한 좋은 예시라며 거론한 나라 이름.
'전혀 무의미(Muchnonsense)'라는 의미이며, 아모로트의 거리명으로 쓰였다.
애나이더(Anyder)
애나이더(Anyder) 또는 역자에 따라 아니드루스(Anydrus)로 번역되기도 한다.
유토피아의 수도 아마우로툼을 끼고 흐르는 큰 강의 이름으로 '아니드루스 강'은 '물 없는(Nowater) 강'이라는 의미이다.
고대인들이 창조 마법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설립한 학술기관인 아카데미아의 이름으로 쓰였으며,
v5.2에 추가될 신규 4인 인스턴스 던전인 '아남네시스 애나이더(Anamnesis Anyder)'에도 사용되었다.
v5.2 신규 4인던 아남네시스 애나이더(Anamnesis Anyder)의 컨셉 아트 ▼
→ 아남네시스 애나이더와 관련해 월페이퍼 엔진으로 라이브 월페이퍼를 만든 적도 있는데, 관련 게시글은 여기[링크]를 참고.
지금까지 알아본 것들을 유토피아의 지도에서 확인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그 외
아래는 유토피아 및 아모로트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인데,
템페스트의 지명으로 등장하는 '트린큘로'와 '캘리반'에 관한 것이다.
트린큘로와 캘리반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The Tempest)'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다.
단순히 필드명이 템페스트이기 때문에 희곡 템페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지명으로 가져다 쓴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왜 많은 등장인물들 중 이 두 명의 이름을 가져다 쓴 것인지도 궁금하다.
여튼, 아모로트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혹시 소설 유토피아에 흥미가 생겨 읽어 볼 생각이라면 조금은 각오하고 읽기 바란다.
소설이라고는하나 16세기에 쓰여진 옛날(?) 이야기인 만큼 현대 소설마냥 술술 읽어넘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서문 읽다가 두 번이나 졸다가 책 덮었고 본문 읽는 것도 며칠이나 걸렸다...
고대인들과 친해지고자 그들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어봤지만 궁금증만 더 커졌을 뿐...
요시다는 당장 아모로트에 서브 퀘스트를 더 추가해달라-
- 트라니보루스(Traniborus) : '선임 지역 담당관'이라는 뜻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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