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게임

[잿빛 매의 사이키델리카] - 모든 엔딩 100% 달성 후기

by Jaicy 2019. 11. 19.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는 포스팅입니다.


지난번 포스팅 했던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이하 검은 나비)[링크] 플레이 후에

후속작인 잿빛 매의 사이키델리카(이하 잿빛 매)도 달려서 모든 엔딩을 다 봤다. 

 

 


아무래도 후속작인만큼 기본 UI와 진행방식은 전작인 검은 나비와 거의 흡사했다.

 

이야기의 배경은 중세?까진 아니지만 전형적인 고전 판타지 스러운 유럽 어딘가의 마을로,

이야기 소재로 쓰인 것들은 연애물에선 어쩌면 뻔한 것들인

'남장 여자, 어린시절부터 형제 처럼 자란 친구들, 대립하는 두 집안, 죽은 자의 소생'... 등을 짬뽕시켜 놓은 것.

 

주인공은 남장 여자다. 주인공이 여자라는 사실을 친구들은 모른다.

 

'마녀'는 붉은 눈을 가진 여성으로, 마을에서 재앙의 상징으로 불리기에

그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 남장을 하고 살아가는 어느 여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전작인 검은 나비를 플레이해봤다면 게임 시작 하기전에 어느정도 인식하고 시작했을텐데,

검은 나비에서는 '저택'이 저승과 이승을 잇는 '사이키델리카'의 배경이 되었지만

잿빛 매에서는 규모가 좀 더 커져서 마을 전체가 사이키델리카다.

 

물론 이 사실은 게임의 후반부에 밝혀진다.

 

전개 속도는 검은 나비 보다는 루즈한 편이며 분량도 좀 더 많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은 검은 나비 보다 길었다.

몰입력은 검은 나비와 비슷한 수준인데 초반에 플레이어를 매료시키는 흡입력은 조금 부족했다.

너무 일상적이랄까 평범하달까, 다소 뻔한 전개의 연속에 긴장감이 거의 없었다.

 

스토리 초반을 좀 넘기면 여장을 할 수가 있다. 여장한 주인공을 두고 서로 싸우는 두 남성. 남장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에서는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전개다.
자신의 존재를 숨긴채 한껏 차려입고 무도회에 참가하는 것 또한 남장 여자 이야기에서는 흔히 등장하는 소재.

 

후반에는 주인공을 둘러싼 이성들과의 서비스씬이 많은 편이지만 초반에는 이게 과연 연애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로맨스 요소가 적기 때문에 그런 요소를 기대했다면 어느정도 참고 플레이 해야한다.

 

이야기의 중반을 넘기면 제법 이성 주인공과의 단독씬을 많이 볼 수 있다.

 


검은 나비와 플레이 스타일이 거의 비슷하긴 하지만 '게임'이라는 느낌은 검은 나비 쪽이 좀 더 강하다.

검은 나비에서는 '나비 사냥'으로 얻은 포인트로 쇼트 스토리를 개방해야하기에

나름 게임이라는 느낌이 어느정도는 있었지만, 잿빛 매는 그저 대화를 클릭클릭클릭 하는 것 밖에 없어서

'게임을 플레이 한다'기 보다는 '소설을 읽는다'에 더 다깝다.

 

검은 나비에 미니 게임인 '나비 사냥'이 있다면 잿빛 매에는 'MAP'이 있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이렇게 지도가 등장하는데, 지도에 있는 장소에 들러서 쇼트 에피소드 나 토크를 볼 수 있다.
원하는 장소를 클릭하면 해당 장소의 쇼트 에피소드와 관련 인물들의 토크를 감상 할 수 있다.
'주점'에 있는 골동품점에는 '마을의 기억'으로 쇼트 에피소드와 수기, 앨범 갤러리의 일러스트를 구매할 수 있는데 마을의 기억은 토크를 하나 볼 때마다 1개씩 얻을 수 있다.

모든 스토리와 수기, 일러스트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모든 토크를 봐야하는데 이게 시간을 꽤 잡아먹어서 번거로웠다.

 

'수기'는 이야기 중반의 '막간'에서 개방되는 컨텐츠로, 쇼트 에피소드와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등장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 과거 등을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중반부까지는 선택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저 대사 보는 것 밖에는 할게 없지만, 후반부에는 그나마 선택지가 뜨긴 한다.

 

검은 나비에서 많이 봤던 화면이다.
검은 나비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엔딩을 볼 수 있다. 화면에 있는 엔딩말고도 엔딩 종류가 많은데 모두 합치면 10가지는 될듯?
앨범도 검은나비와 마찬가지로 일러스트, BGM등을 다시 감상 할 수 있다.

 


아래는 인상 깊었던 장면들.

 

마녀로 몰려 죽음을 앞둔 프란시스카가 불타는 저택을 뒤로하고 당당하게 웃는 장면은 꽤 인상깊었다. 이 때 정말 '마녀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스토리 후반에 프란시스카가 흉흉한 사건들의 흑막이었다는걸 깨달았을 때 마녀가 있다면 프란시스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을 까 싶긴 하다.
주인공의 정체를 알게된 루거스가 당황하는 장면. 살해당한 프란시스카를 뒤로 하고 도망치는 주인공을 루거스가 생포하려다 주인공의 눈을 보고 마녀라는 사실이 들통나는데 루거스는 주인공이 마녀라는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대로 놓아줬다.
루거스와 싸우다 위기에 처한 주인공을 절묘한 타이밍에 휴가 구해주는 장면. 휴는 계속 방관자 행세를 하며 제 3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관찰하다가 점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데, 아마 이 장면이 그 기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엔딩 중 최악의 엔딩은 당연하겠지만 '베드'엔딩.

주인공이 마음의 문을 닫고 캄캄한 암흑속에서 살아가는 비극의 엔딩이다.

사실상 '소녀'엔딩을 제외한 나머지 엔딩은 사이키델리카에서 평생을 갇혀 살아가야하므로 모두 베드 엔딩이라 볼 수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엔딩은 '볼그의 형제' 엔딩.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주인공을 살릴 방도를 고민하다 미쳐버려 무자비한 학살자로 전락한 두 형제를 두고 절규하는 주인공.
가장 무난하달까, 베스트 엔딩은 '소녀' 엔딩.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미쳐버린 주인공...이 아니라, 마을을 위해 악역을 자처하여 장렬하게 죽음을 맞는다.
사이키델리카에서의 죽음은 성불이 아니라 나락으로의 타락을 의미하지만 나락에 빠진 주인공을 루거스가 무사히 구출해낸다.
그렇게 무사히 성불한 두 사람은 현세에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한 남자-
휴의 독백을 끝으로 해피 엔딩을 맞는다.

 

소녀 엔딩을 보고 난 후에 MAP*3과 MAP*4에서 잠겨있던 쇼트 에피소드를 클리어하면 3장에서 분기되는 '여행자'에딩을 볼 수 있는데, 'end-Traveler'에서 이어지는 '마녀' 에피소드까지 보고 'end-Links'로 끝내면 주인공의 어머니인 '아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아리아는 어렴풋하게 미래를 예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 미래에서 자신의 아이가 볼그 집안에서 길러질 것이라는걸 예상했다는 대사를 볼 수 있다.  주인공을 낳기 전 이미 아리아는 자신의 죽음과 주인공의 미래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참고로, '수기'를 통해 올가와 아리아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데, 결국 저승에서 두 사람은 만나서 행복했다는 결말.

 


검은 나비의 사이키델리카와의 관련성

 

검은 나비의 후속작인만큼 게임 내에서 검은 나비와의 관련성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전작을 플레이 해 본 플레이어들만 눈치챌 수 있는 정도의 언급만 되어 있다.

 

만화경

주점의 노인과 '토크'를 하다보면 만화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 만화경은 검은 나비에 등장한 만화경이다. 검은 나비에서 히카게가 행상인에게 전 재산을 바쳐 구입했다는 만화경은 이 노인에게서 구매했던 것.

참고로 노인의 정체는 휴. 히카게에게 휴의 모습으로 접근했는지, 노인의 모습으로 접근했는지는 알 수 없다.

 

비가 멈추지 않는 세계

메인 시나리오에서 휴와 대화를 하다보면 '비가 멈추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비가 멈추지 않는 세계'는 전작인 검은 나비의 배경이 되었던 밤만 되면 비가 내리는 저택을 말한다.

 

로렌스와와 엘릭의 정체

남성임에도 주인공과의 러브라인을 타지 않는 두 사람의 정체는 검은 나비의 남성 주인공이었던 히가케와 카기하. 성우도 같고 머리 스타일이나 분위기도 비슷해서 설마 싶었는데 쇼트 에피소드에서 확실히 밝혀진다. 전작에서 총에 맞아 사라졌던 두 사람은 결국 성불하지 못하고 생사의 틈새를 헤메다 또다른 사이키델리카에 흘러들어온 듯 하다.
히카게와 로렌스 뿐 아니라 토끼도 같이 이쪽으로 흘러들어왔는데, 엘릭이 토끼를 끔찍히 아끼는 모습에서 히카게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만 히카게가 왜 이렇게 어린 모습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현세

'소녀' 엔딩을 보게 되면 검은 나비의 주인 공이었던 베니유리(아이)가 잿빛 매 주인공과 함께 등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작을 플레이 해 본 사람을 위한 서비스씬이라도고 할 수 있을듯. 심지어 BGM과 일러스트, UI 디자인마저도 전작의 것이다.
두 여주인공을 스쳐지나가는 청년과 소년의 모습은 히카게와 어린 카기하를 연상시킨다. '소녀' 엔딩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성불했을테니 거기에 있던 둘도 무사히 성불한 것.

 


사소하지만 잿빛 매의 재밌는 점은 어떤 엔딩을 보느냐에 따라 타이틀 화면이 바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루거스 엔딩을 보게되면 타이틀 화면에 루거스가 등장하고,
'소녀'엔딩을 보게되면 거기에 꽃이 핀 화사한 배경이 추가된다. 사실상  소녀 엔딩은 루거스 엔딩의 해피 엔딩 버전이다.

 


BGM은 검은 나비에 비해선 그저그랬다. 검은 나비의 '비애'나 '슬픔'처럼 인상깊거나 좋은 곡은 없었다.

그렇다고 안좋은 것은 아니고, 그냥저냥 무난했다.

 

 

검은 나비와 마찬가지로 풀 보이스로 진행되며, 그저 적당히 클릭만 하면 되는 게임이긴 하다만 플레이 타임이 제법 긴 편이다.

만약 본인이 쇼트 에피소드 하나, 토크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플레이 하는 스타일이라면

'하룻밤 달려서 모든 엔딩을 다 보겠다'는 건 힘들것이다.

 

→ 스팀에서 31,000원에 구매 가능[링크]

 

엔딩 다 보기 전까진 해당 게임만 진득하게 플레이했는데 100% 공략까지 사흘은 걸린 것 같다.

좀 더 느긋하게 플레이한다면 일주일정도 잡고 하는 걸 추천.

 

PS Vita용으로 나온 게임이기에 PC로 플레이하면 어색한 점이 많은데 스마트폰으로 플레이하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낼 때 플레이하면 딱 좋을 듯.

 


검은 나비에 이어서 잿빛 매 엔딩도 봤겠다, 비주얼 노벨 게임은 한동안 손 안댈 생각이다.

화면 쳐다보면서 대사 넘기기 위해서 클릭 하는 것 밖에는 할게 없으니 긴장감 없는 스토리를 진행할 때는 너무 지루했다.

어 Auto모드를 사용하면 클릭할 필요도 없이 화면만 쳐다보고 있으면 된다(..)

 

역시 난 신나는 전투 BGM과 함께 손 빠릿하게 움직이면서 몹과의 사투를 벌이는 RPG겜이 더 재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