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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잡담

갈치🐟와 에어프라이어

by Jaicy 2022. 10. 9.

엿새 전, 아버지한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예전에 저장해 둔 내 집 주소가 날아갔다며 다시 알려달라고 하셔서 알려드렸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에어프라이어가 집 앞으로 배송되었다!😲

 


에어프라이어는 고사하고, 전자레인지조차 없이 사는 중이라는 걸 아신 아버지가 에어프라이어를 주문해주신 것.

이야기를 들어보니 주말에 에어프라이어에 생선을 굽다가 내 생각이 나서 주문하셨다고 한다.

 

에어프라이어 뿐만 아니라 갈치도 보내셨는데, 갈치는 에어프라이어가 배송된 다음날 도착했다.

 

제주특산물이라고 적힌걸 보니, 그 유명한 '제주 은갈치'인가보다. 갈치 이야기는 에어프라이어 뒤에 계속.

 


선천적으로 소환기관이 약하다보니 기름에 굽거나 튀긴 음식, 돼기고기 등은 속이 쉽게 망가져서 잘 먹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음식들이 많은 냉동식품도 잘 먹질 않아서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의 필요성을 여태 느끼지 못했다.

프라이팬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굳이...?

 

요리를 그다지 즐기는 편도 아니고, 식사는 그저 영양소 공급을 위한 수단...이라고 하면 너무 인간미가 없으려나😓.

여튼, 이사할 때도 짐만 되는 것들이어서 딱히 구매 의사가 없었는데 아버지쪽에서 보내주실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생애 첫 에어프라이어 개봉.
아버지가 고향집에서 쓰고 있는 것과 같은 것으로 주문해주셨다.
용량이 3.5L로 되어있던데, 사용중인 전기밥솥보다 더 큰 사이즈여서 얼떨떨했다. 밥솥보다 큰 튀김기라니!
에어프라이어라는 신문물을 처음 접한지라 제품 사용 설명서부터 읽었다. 이것이 에어프라이어라는 것인가...
음식을 어떻게 넣고 조리해야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있을 줄 알았는데, 벽에 콘센트를 꽂아 사용하라거나 평평한 곳에 두고 사용하라거나 하는 아주 당연한 소리들만 적혀있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단 음식을 넣는 곳인듯한 통을 열어보았다. 여기에 음식을 넣기만 하고 가동시키면 된다는거지?
저 구멍 술술 뚫린 철판은 사용 설명서엔 '오일 거름망'이라고 되어 있는데 무슨 용도고 어떻게 사용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사용 설명서에도 어떻게 사용하라는 말이 하나도 적혀 있지 않아서 말 그대로 '기름 빠져나가라고 끼우는 거름망인가보다' 하는 중.

 

에어프라이어는 새 제품이라 그런지 플라스틱 냄새라고 하긴 미묘하고, 쇠 냄새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화학 냄새가 진하게 풍겨서

온수에 세제 풀어서 세척한 뒤에 고온으로 작동시켜서 새 제품 코팅을 벗기기도했는데 여전히 냄새가(...)

아무래도 음식을 앞으로 몇 번 더 해야 사라질 듯 하다.

 


에어프라이어가 도착한 다음날에는 갈치가 도착했다.

 

제주 산지 직송 은갈치 30토막!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려져 낱개로 진공포장 되어 있었다.

내가 기름진 음식이나 고기를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는 걸 아는 아버지가 생선은 괜찮다는 걸 아시고

이번 기회에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먹어보라고 같이 보내셨다고 한다. 아버지나 많이 드시지ㅜㅜ 괜히 죄송스럽게...🥺

 


갈치도 도착했으니 이제 한 번 에어프라이어를 제대로 가동시켜볼까!

 

"......(덩그러니)"

이게... 맞는 건가?

 

물론 아버지는 종이 호일을 사서 거기 갈치를 놓은 뒤에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구우라고 말씀하시긴 했지만...

장 본 지 얼마되지 않았던 터라, 또 장보러 가기 귀찮아서(...) 사러 가진 않았는데 다음에 꼭 구매하기로😅.

 

여튼, 그림이 다소 웃기긴 하지만 갈치 한 토막만 덩그러니 넣은 상태로 일단 구워보기로 했다.

 

생선은 160℃에서 15-20분 가열시키면 된다는건가?
전원 버튼은 따로 없고, 오븐이나 전자레인지처럼 타이머와 온도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가동되는 식(에어프라이어라는 신문물이 처음인지라 처음 한 5초 동안은 전원 버튼이 따로 있나 제품 표면을 더듬거렸다고 한다😅).

에어프라이어가 가동되기 시작하자 굉장한 소리(!)와 타이머가 째깍이는 소리, 게다가 생선 굽는 비린내냄새까지 여러모로 굉장했다.

아버지 거짓말쟁이, 냄새 하나도 안난다며...🥺

 

설정한 타이머 시간이 다 되자 자동으로 전원이 꺼졌다.

갈치가 과연 얼마나 잘 익었을지 반신반의하며 꺼내보니...


오.... 정말 잘 익었다.
비교를 위해 올리는 프라이팬에 구은 것.

프라이팬에 구울 때는 식용유도 사용해야해서 조금 더 기름진데다 아무래도 뒤집개로 뒤적이며 구워야하다보니 모양도 흐트러졌다.

게다가 에어프라이어로 구은 것 보다 사이즈도 더 쪼그라든(...) 것 같기도. 물론 둘 다 맛있긴 했다.

 

잔가시가 먹는데 방해가 되긴 했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정말 속까지 알차게 잘 익었더라. 깜빡하고 소금간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짜게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다 아버지의 애정이 가득 느껴져서 눈물을 흘리며 먹었기 때문에😭 염분은 충분했다고 한다.

생선의 문제는 가시를 발라먹는 게 정말 번거롭다는 것과 뒤처리 때문인데,

생선 비린내를 남기기 않기 위해 설거지도 평소보다 더 신경써야하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해야하니 까다롭긴 하다.

 


냉동식품을 잘 먹지 않아서 냉동실은 평소에 몇몇 야채 얼린 것들만 들어있는데,

한 칸을 가득 채운 갈치들을 보니 확실이 마음이 든든하긴 하다.

 

한동안은 갈치 파티(?)를 즐기기로 하며, 오늘도 아버지의 사랑과 애정에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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