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의 거짓

[P의 거짓] - 오케스트라 콘서트 후기

by Jaicy 2025. 3. 23.

어제(2025.03.22) 기다리고 기다리던 P의 거짓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다녀왔다. 이번 포스팅은 그 후기.

 


콘서트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고, 집에서는 1시간 정도 거리.

2018년에 있었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오케스트라 공연인 Distant Worlds의 내한을 보러 방문한 이래로 정말 오랜만이었다.

 

 

Distant Worlds: Seoul 관람 후기

세계를 돌아다니며 파이널 판타지 OST 오케스트라+합창단의 콘서트를 하는 Distant Worlds가 8년만에 한국에서 공연을 가졌다. 5월에 티켓 판매가 시작됐던걸로 기억하는데 오픈 하자마자 예매었했

jaicy.tistory.com

 


공연 시작인 5시보다 2시간 이른 3시에 콘서트홀이 위치한 8층에 도착했더니 예매 접수처와 굿즈 수령 데스크를 분주하게 준비중이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나처럼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사람이 대여섯정도 있었다.

 

8층에 들어서면 반갑게 반겨주는 오케스트라 입간판.
그 옆에서는 참관객을 위한 웰컴 굿즈 지급처가 마련돼 있다. 웰컴 굿즈는 이따 포스팅 아래에서.
아직은 한산한 예매처.
포토존(?). 여기서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이 참 많았다. 다른 사람을 찍어주긴 했지만 정작 내 사진은 남기지 않았는데 사진 찍기 쑥스러운 것도 있었고 '굳이?' 싶어서.

 

지인과 함께 갔는데 둘 다 사람이 붐비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로비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음료를 사다가 입장 시간 전까지 근처 의자에 앉아 노가리를 까면서 기다렸다.

먼저 와서 지하를 둘러보고 있던 지인 말로는 지하는 인파 지옥이었다고 한다ㅋㅋ

 

지인과 나는 9층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랫층인 8층에서는

공식 유튜브에 올릴 오케스트라 공연 현장 영상을 위함인지 카메라가 두어대 정도 돌고 있었고 참관객 인터뷰도 하는 듯 했다.

카메라에 담기긴 껄끄러웠기에 카메라는 빠르게 스쳐지나 9층으로 향했었다. 붙잡혀서 인터뷰라도 당했으면 횡설수설 하지 않았을까.

 


입장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인산인해까지는 아니었고 적당히 붐비는 정도. 예매처도, 굿즈 지급처도 줄이 그렇게 길지도 않았고 또 금방 줄어들었다.
자리는 R석 완전 앞자리!...이긴 하다만 끄트머리 좌석이라 시야가 아쉽긴 했다.

 


입장이 시작되고 들어가니 대형 스크린이 반겨주었다.

 

B구역 2열 2번째 자리에 서서 바라본 시야. 아래에서 무대를 올려다봐야하는데, 시야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저 뒤쪽의 피아노와 관악기, 일부 현악기 연주자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같이 간 일행은 피아노 연주자자 있기는 한거냐며 물었을 정도.
자리에 앉아서 바라본 시야. 바로 앞쪽의 두 좌석은 장애인석이라 비어 있었기에 망정이지, 여기도 사람이 있었다면 시야가 더 안좋았을 것 같다.

 

공연 시작 전까진 공연 안내 사항을 띄워주며 배경음으로 'Rise of P'를 반복 재생 해주었다.

 


공연 시작 이후에는 당연하지만 촬영은 금지라 커튼콜 사진 이외엔 공연 관련 사진은 없다.

 

첫 번째 곡인 'Feel'을 시작으로 이후 지휘자가 등장하고 그 이후로는 프로그램 북의 순서대로 진행되었으며,

앙코르 곡과 참관객을 위한 나름의 선물인 DLC OST중 하나까지— 거의 40여곡(!)에 달하는 곡이 모두 연주되었다.

DLC OST를 선보이기 전 최지원 감독의 '고백, 꽃, 늑대' 첫 소절로 시작하는 깜짝 등장 영상 편지는 나름의 웃음벨이었다.

직접 와서 라이브 공연을 해줬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참 아쉽다.

 

공연은 1부와 2부 모두 약 한 시간씩 총 거의 2시간의 공연이었고, 중간 인터미션(쉬는 시간) 20분까지 합하면 2시간 반 정도였다.

인터미션 동안 배경음으로 콘서트장 내에 반복 재생된 곡은 'Lorenzini Arcade Garden'.

 

1부 공연 도중에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서 살짝 다녀왔었는데,

회장 밖은 물론 화장실에 설치된 스피커로도 회장의 공연 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어서 딱히 흐름이 끊기진 않았다.

물론 잔깜이긴 해도 자리를 비운 동안 연주하는 모습을 놓친건 아쉽긴 했지만.

 


사전에 소개된 곡들의 연주가 모두 끝나고 앙코르 곡 전, 커튼콜 시간에는 촬영이 허락돼서 그 모습을 담아봤다.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앞쪽의 바이올린을 제외한 뒤쪽은 물론 오른쪽의 첼로를 비롯한 대형 현악기도 거의 시야에 잡히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다.
퇴장 도중에 찍은거라 흐리게 나와버렸는데, '반도네온'을 연주한 '고상지' 연주자다. 국내에 몇 안되는 반도네오니스트라고. 반도네온은 아코디언이라고도 볼 수 있긴 하지만 낼 수 있는 소리가 좀 더 다양하다고 한다. 반도네온이라는 악기가 있다는 걸 이번 오케스트라를 통해 처음 알았다.
내 자리에서는 시야가 너무 아쉬워서 뒤쪽 중앙쯤 좌석으로 이동해서 찍어보았다. 확실히 시야가 좋다.

 

길었던 커튼콜이 이후 앙코르 곡으로는 빅토르전의 OST인 'Hall of Fame'이 연주되었다.

 

앙코르 곡이 하나여서 아쉬운가 싶었더니 회장이 암전되면서 대형 스크린에

'고백, 꽃, 늑대'의 가수라며 최지원 감독이 노래의 첫 소절을 부르며 뻘쭘하게 등장해 회장에 웃음을 주었다.

그리고 참관객을 위한 선물이라며 아직 발매 전인 DLC의 OST중 한 곡의 오케스트라 버전이 이후에 연주되었다.

최근 공개된 DLC 트레일러 BGM이었는데 풀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DLC OST까지 마치자 공연은 정말 끝이 났고, 그대로 회장을 빠져나왔다.

돌아가는 길에 같이 온 지인과 늦은 저녁으로 간단하게 햄버거를 먹고 나서 집에 왔더니 거의 10시.

씻고 나와서 후기에 올릴 웰컴 굿즈 사진을 찍고났더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서 그대로 꿈나라로 갔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아래는 모든 티켓 소지 참관객에게 제공된 웰컴 굿즈.

 

꽤 고급스런 쇼핑백. 쇼핑백도 여러개 받고 싶었을 정도다.
웰컴 굿즈 상자는 안전하게 비닐로 밀봉이 되어있다. 이대로 중고마켓에 판매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지 않을까 싶다.
비닐을 제거했다! 상자 재질은 종이. P의 거짓 로고가 고급스럽게 새겨져 있다.
안쪽에 편지 봉투가 한 장 밀봉돼 있는데, 밀봉은 딱히 진짜 밀랍은 아니고 플라스틱 재질로 겉모습만 흉내낸 것.
편지 내용. 막상 뜯으려니 밀봉이 뜯기는 게 아쉬워서 다른 사람의 후기에서 가져왔다.

출처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esofp&no=107926

내용물은 초반 보스 3종의 깜찍(?) 버전 뱃지. 옷이나 가방에 달 수 있을듯 하다.
트라이 할 땐 끔찍한 몹들인데 이렇게 보니 또 커엽다.

 


앞 좌석, 그것도 스피커가 부담스럽게 다가올 정도로 가까운 좌석에서 관람해서인지

60인조 풀오케스트라의 박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콘서트였다.

특히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의 열연이 굉장했는데,

바이올린을 거의 톱질(...) 수준으로 연주하는 곡들이 많았어서 저러다 바이올린에 불 나는거 아닌가 싶었을 정도다.

 


팬 입장에선 연주된 모든 곡들이 다 좋았지만 특별히 더 기억 나는 곡은,

음반 곡들을 뺄 곡 없이 다 인상 깊었고 전투 OST 중에서는 축제 인도자, 검은 토끼단(2차), 이름 없는 인형.

현악기의 강렬한 선율이 아직도 귓가에 멤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코러스의 부재.

가수를 따로 불러야 하는 몇 음반 곡들은 가수 섭외 문제도 있을테니 못 부른 건 그러려니하지만

인게임 OST중에서는 코러스가 들어간 곡이 정말 많은데, 코러스 없는 버전으로 들으니 아무래도 다소 웅장함이 덜해서 아쉬웠다.

물론 코러스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편곡된 버전도 충분히 매력 있었고, 그 때문에 현악기들이 그렇게 열연을 한 거긴 하겠다만.

그래도 역시 코러스가 있었다면 다른 코러스가 돋보이는 OST들도 연주됐을 수도 있고, 감동도 배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른 아쉬움이 있다면 대형 스크린에 띄워지는 것이 영상이 아니라 정적인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음반곡이나 필드 OST는 이미지 한 장으로 퉁 치는 건 이해한다만 보스전 OST만큼은 영상을 내보내 줬어도 좋았을 것 같다.

연주자들의 시야나 집중에 방해가 되니 이미지로 내보냈을 수도 있겠다고 하기엔

많은 다른 게임 OST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게임 영상을 틀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지휘자는 물론 연주자들도 익숙할듯 하다.

참관객을 생각해 연주에 집중하라는 나름의 배려(?)라고 볼 수도 있긴한데,

그렇다면 적어도 전투 시작 전의 인트로 컷신 정도는 곡 시작과 함께 틀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게임의 등급은 18세인데 오케스트라 콘서트의 관람 등급은 15세여서,

18세 게임의 피가 튀거나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는 등 일부 폭력적이거나 고어 표현이 심의에 걸리니

영상이 아닌 얌전한(?) 이미지를 내보낼 수 밖에 없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장 참관객 중에는 그저 지인을 따라 왔다거나 부모님과 함께온 사람도 있는 등 P의 거짓을 전혀 모르는 채로 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 사람들 입장에선 괴기스런 보스몹 이미지만 띄워주고 대뜸 연주를 해버리니 다소 '?????'한 느낌이었을 듯 하다.

 

이유가 어찌됐든 아쉬운 점 중 하나다.

 


딱 하루, 그것도 딱 한 회차만 하는 단 한 번뿐인 콘서트여서 더 특별했던 것 같다.

솔직히 P의 거짓이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해도 마이너 장르인데다 국내 팬들은 정말 한줌단(...)이어서

뜬금 오케스트라 콘서트 개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물론 좋긴 했지만 '괜찮나?'하는 생각부터 들 정도였다.

예매부터가, 일부 명당 자리가 빠르게 매진 된 걸 제외하면 공연 직전까지 여유롭게 예매 가능할 정도였으니.

 콘서트는 아마 어디까지나 여름에 발매될 DLC의 홍보를 겸해 국내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이 아니었나 싶다.

덕분에 인간성 많이 쌓고 왔다. 심장이 고동친다.

 

다른 게임들을 보면 오케스트라 버전도 OST 앨범으로 발매해주는데,

이번 P의 거짓 오케스트라도 OST 앨범으로 발매해주면 참 좋겠다만 과연 그럴 여력이 될 지 모르겠다.

워낙 OST가 좋은 게임으로도 정평이 나 있어서 발매되면 좋아할 팬들이 많긴 할텐데.

 


과연 다음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혹시라도 DLC가 흥하고 차기작 홍보 차원에서 이런 콘서트가 또 개최된다면

그 때는 꼭 초대 가수 까진 아니어도 코러스를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열어주는 것 만으로도 어디냐 싶긴 하다만.

 

DLC의 스토리와 전투는 물론 수록 될 OST들도 매우 기대 중인데, 얼른 출시 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내어 함께해 준 지인에게 감사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