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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14/창작물, 읽을거리

[파이널 판타지14] - (v7.0)의외로 인상 깊었던 장면

by Jaicy 2024. 7. 8.

v7.0 스포일러를 포함하는 포스팅 입니다.


포스팅 읽는 동안 귀가 심심한 사람들을 위한 v7.0 OST.

 


 

v7.0 황금의 유산 마지막의 마지막, 찐 최종 지역인 Living Memory토와비토(永久人)들을 위한 도시다.

 

Living Memory 지역 로딩 스크린 일러스트

 

'토와비토'는 일본어로 영원한 인간이라는 의미로,

Living Memory에서는 죽은자의 생전의 기억과 영혼(생명 에테르)을 이용해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는 자들을 말한다.

 

다만 계속 살아가기(존재하기) 위해선 생명 에테르가 필요한데, 이 생명 에테르는 다른 사람의 생명으로부터 공급받는 수 밖에 없다.

즉, 토와비토는 다른 사람의 생명을 댓가로 존재할 수 있는 것.

 

한때 알렉산드리아 주민이었던 토와비토들이 살고 있는 Living Memory의 최고 권력자(!)이자 알렉산드리아의 여왕인 스펜

토와비토를 존속시키기 위해 다른 거울 세계의 생명들로부터 에테르를 빼앗을 결심을 한다대량학살.

 

이에 모험가를 포함한 그의 동료들은 스펜에 맞서 대항하게 되는데...

 


Living Memory에 다다른 모험가 일행은 우선 그곳에 사는 토와비토들을 알아가는 것 부터 시작한다.

그렇게 차차 여러 토와비토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생각을 알아가는 도중 모험가는 그라하와 단 둘이서(!) 곤돌라에 탑승하게 된다.

 

바로 Lv.99에 받는 이 퀘스트에서 말이다. 퀘스트 이름은 '상냥하고 잔혹한 세계'.

곤란해하는 남자를 도와주고 받은 보상이 뜬금없이 곤돌라 탑승 티켓이었다.

게다가 하필 퀘스트 내용도 남자가 마음에 둔 여인에게 프러포즈할 때 쓸 반지를 찾아주는 것이었다. 

 

뭐어? 단 둘이 곤돌라!? 데이트인가?

처음엔 그라하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한 팬 서비스용 컷신인가 싶었다.

이번 v7.0에서 그라하는 한참 뒤에 등장하기도 했거니와 이전 확장팩 대비 분량도 적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곤돌라를 타고 가는 와중 그라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있잖아, 내가 너한테 했던 말 기억나?

넌 자신의 여행길에서 뭘 찾게 될까?
그때까진 마음 가는대로 걸어가면 돼, 라고 말이지.

걸어나간 곳에서 이런 경치를 보게 될 줄이야.
역시 모르는 거구나, 미래란.

 

키야- 이녀석 또 분위기 잡는거 봐😚

솔직히 여기까진 그저 '이녀석 또 프러포즈 하는건가...'하고 별 생각이 없었다.

 

·····저기, 넌 말이야,
죽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

나는 있었어······ 있었는데······
가장 큰 소원은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쪽이야.

하루라도 더, 평온하게······ 가능하다면, 행복하게······.

그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리해서라도 이뤄냈고,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어.

 

'아니, 내 얘기잖아!!!' ...하고 듣고 있는데,

말을 이어가는 그라하의 표정과 분위기가 굉장히 가라앉아 있어서 이쯤부터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왔다.

 

그렇게 다소 위기를 모면한 사람도 있었고······
결국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목숨도 있었어.

이런 장소가 있었다면, 난 어떻게 했을까······.

넌······
여기서 아무것도 잃지 않는 나날을 보내는 자신을 상상할 수 있어?

 

저 질문을 마지막으로 컷신은 끝이 난다.

얼마 되지 않는 질문과 짧은 컷신이지만 참으로 많은 생각을 들게 했던 장면이다.

 


하필 그라하

 

'특히'라고 해야할지, '하필'이라고 해야할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인물이 그라하라서 더 인상깊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라하는 동경해 마지 않던 영웅인 모험가가 죽음을 맞이하고 꿈도 희망도 없던 제8재해를 겪은 녀석이다.

이미 재해가 일어난 지금의 시간선은 어쩔 수 없었지만 아직 재해를 맞이하기 전인 과거의 모험가를 살리기 위해,

나아가 제8재해를 막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위해 결사의 각오로 시공을 초월한 경험을 한 것이 그라하다.

 

시공을 초월해 도달한 제1세계에서 100년간 모험가를 기다는 과정에선 크리스타리움을 세우고 지도자가 되면서

빛의 범람으로부터 크리스타리움 주민은 물론 노르브란트에 사는 사람들을 구해야한다는 사명마저 생겨버렸다.

 

물론 수정공이 스펜처럼 한 나라의 왕은 아니었지만 피할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반드시 모두를 지켜내야하는 입장을 경험해 봤으니

스펜과 그녀의 행동에 대해서도 그라하 나름대로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이었을 듯 하다.

 


악역이 되어서라도

 

그라하(수정공)와 스펜 둘 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악역을 자처한 인물들이다.


수정공

모험가의 몸에 모인 빛을 차원의 틈에서 자신과 함께 소멸시킬 작정이었던 수정공. ...미안하지만 그의 악역 연기는 어설펐다!

 

스펜

과거에 다정하기만 했던 스펜 왕은 백성을 지키지 못했어.
그래서 나는 약한 마음을 버리기로 한거야!

나를 구성하는 '생전의 스펜'의 기억, 그걸 버리고, 이 인격을 지우겠어······!

그렇게 해서······ 세계를 먹어치우는 최악의 시스템이 되어
알렉산드리아를 지킬 거야.

물론, 수정공은 모험가를 속이기 위해 악역을 '연기'한 것 뿐이고 스펜은 '진짜' 악역이 되어버린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미움 받는 한이 있더라도 이뤄내겠다는 각오 만큼은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혼과 기억

 

본문 앞부분에서 말했듯 Living Memory의 토와비토들은 생전의 기억과 영혼(생명 에테르)를 가지고 재현된 존재이다.

혼과 기억을 옮겨 담는 이 기술은 결이 다르긴 하지만 수정공이 고안한 소울 사이펀을 떠올리게 한다.

 

제1세계로 강제 소환된 '새벽' 일원들의 혼과 기억을 담아 원초세계로 돌려놓기 위해 개발된 마법도구, 소울 사이펀.

 

'새벽'의 모두도 소울 사이폰에 담겨진(!)적이 있긴 하지만 그라하는 좀 더 특별하다.

 

모두와는 다르게 지금의 수정공인 자신과 크리스탈 타워에 잠든 자신이 같은 '그라하 티아'로서 인식될 수 있는가가 관건이었다.

 

...뭐, 결국 잘 풀렸지만.

 

그럼, 여기서 궁금한 점은 생전의 기억으로 재현된 존재인 토와비토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두 혼과 기억이 합쳐지는 과정에서의 혼란이 있을했던 그라하와는 다르긴 해도,

기억에 의해 재현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거나 타인의 생명을 댓가로 존재하는 토와비토들에 대해 고뇌한다거나 등의

다소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좀 더 깊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서브퀘에서 그런 고민을 하는 토와비토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메인퀘에서 만나는 토와비토들은 하나같이

현재에 만족하거나 이대로 사라져도 미련이 없다거나 등의 밍숭맹숭 평범한(?) 사람들 밖에 없어서 밋밋했다.

 

자신의 혼과 기억을 옮겨봤던 그라하나 소울 사이펀과 관련한 경험이 많은 모험가 입장에서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을 것 같은데.

다만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너무 늘어지기도 하겠거니와 분위기가 무거워질테니 일부러 다루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펜의 물음

 

Living Memory에 도착해 겨우 만난 스펜은 모험가에게 한가지 질문을 한다.

 

······서로 지키고 싶은 것이 양립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 너라면 분명 알겠지?

 

이 질문을 들었을 땐 칠흑의 반역자 시절에 한창 치고 받았던 두 아씨엔이 떠올랐다.


에메트셀크

12,000년에 걸쳐 고대인 부활을 꿈꿔왔던 에메트셀크.

 

엘리디부스

마찬가지로 같은 사명을 짊어졌던 엘리디부스.


모험가는 고대인들의 부활을 위해 세계 통합을 꿈꿨던 아씨엔에 맞서

원초 세계와 거울 세계를 포함한 지금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던 경험이 있다.

모든 세계를 희생시켜 자신의 소원을 이루려는 상대를 막으려는 상황인 점은 칠흑의 반역자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은것 같기도.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 결판을 내자

거울세계는 내가 지킨다
그 힘을 악용하지 마라

스펜의 물음에 대한 대답의 선택지가 생각보다 너무 단순명료해서 허탈한 기분마저 들어 조금 웃어버렸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것을 두고 각자의 정의를 위해 싸울 뿐.

아씨엔의 세계 통합을 전면 부정하고 에메트셀크, 엘리디부스와도 그렇게 싸워 결착을 냈으니.

 


곤돌라 하선 이후

 

곤돌라 컷신이 끝나고 배에서 내리고 난 후 그라하에게 말을 걸면 아래와 같은 대사를 볼 수 있다.

 

그만 내 이야기만 잔뜩 해버렸지만,
오랜만에 너랑 느긋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어.

있잖아······ 유클레이스 일행을 보면서,
스펜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어.

누구라도 잃을 수 존재를 앞에 두면
그 사람의 미래가 계속되는 걸 바랄 수밖에 없어.
그런 소망을······ 그녀는 모두 짊어지고만 거겠지.

하지만 그래도, 내게도 지키고 싶은 생명이 있어.
양보할 수는 없어······.

 

대사를 보아하니 곤돌라 타고 가면서 이야기한 것도 그렇고, 잃을 수 없는 존재를 위해 필사적인 스펜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래도 역시 모험가를 살리려 고군분투했던 수정공 시절을 떠올렸던게 아닌가 싶다.

 

그래, 네 맘 다 알아😏.

 


설령

누구도 다치지 않고, 무엇도 잃지 않는······
그런 상냥한 세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스펜이 원하는 아무도 상처받지 않고 잃을 것 없는 상냥한 세계, 원초세계도 거울세계도 안전하고 토와비토들도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그런 기적같은 방법이 있다고 해도 그 세계에서의 토와비토는 결코 영원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효월의 종언에서 그 완벽했던 고대 세계가 종말 사건으로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고,

이후엔 잔해별을 통해 고통도, 슬픔도, 죽음도 없이 영원히 안락한 평온이 계속되었던 니비룬족들이 어떻게 자멸하는지도 보았다.

 

모든 것을 초월한 그들은 결국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 그저 소멸만을 원하게 되었다.

만약 종말로 멸망하지 않았더라도 고대 세계가 그대로 계속 됐다면 그들 또한 니비룬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멸했을 것이라는 요시P의 인터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어느쪽이든 스펜이 원하는 '영원한 토와비토들의 세계'는 이룰 수 없는 염원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있는 자를 희생키겨서라도 이미 죽은자의 기억의 잔재에 불과한 토와비토에 매달리는 스펜을 보고 있자니

베네스가 조디아크에 매달려 낙원을 바라는 고대인들을 보며 한 말이 떠올랐다.


이 외에도 베네스가 현실을 부정하는 고대인들을 보며 한 말 모두가 스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더라.


안타깝게도 베네스는 이미 사라져 혼마저 남지 않았지만

그녀의 정신을 이어받은 '아젬' 크리스탈의 주인으로서 스펜을 제정신차리게 해줘야하지 않겠는가😏.

 


짧지만 꽤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대사와 컷신이 엔딩을 본 이후에도 인상깊은 장면으로 남아있어 생각을 정리해 포스팅해보았다.

 

그라하가 v5.3 이후에 다소 덕스러운(...) 모습과 장면들에 그런 팬아트들까지 넘쳐나서 빛전 오타쿠 고양이 이미지가 생겨버려

수정공 시절과 차이가 많이 나는 바람에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들도 있긴 하다만 알고보면 꽤 무게감 있는 캐릭터다.

아픔도 많고, 그만큼 슬픔도 많이 겪었고.

v7.0은 그라하 출연 분량이 적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괜히 예전처럼 '굳이?' 싶을 정도로 덕스러운 모습을 넣진 않았더라.

그런 모습들을 기대한 유저들에겐 아쉽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니 아직 v7.0 플레이 전이라면 낙심하진 않아도 된다.

 

사실 솔루션 나인(Solution Nine) 후반부 부터 Living Memory 부분이 v7.0에서 가장 흥미로웠는데,

왕위 계승까지의 과정을 조금 더 줄이고 후반부를 쬐끔만 더 심도있게 다뤄줬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우크라마트를 포함한 주변 인물들과 투랄 대륙 모두 이번에 새롭게 등장했으니

거기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주변 환경을 자세히 알아줬으면 한 것이겠지만,

우크라마트가 결국 왕 되는 건 누구나 예상했을테고 솔직히 헤리티지 파운드(Heritage Found) 전까진 통스킵해도 별 문제업ㅅ...읍읍!!

 


이번 포스팅은 다소 진중한 주제다보니 살짝은 분위기가 무거웠는데, 마무리 신나는 OST와 즐거운(?) 곤돌라 데이트를 즐기는 라하짤로😺.

 

 

 

여러 의미로 곤돌라 컷신은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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